레버가 달린 밸브는 뭔가요
볼밸브입니다. 90도만 돌리면 잠깁니다.
안에 구멍이 뚫린 쇠공이 들어 있습니다. 공을 90도 돌려서 구멍이 관과 나란해지면 물이 지나가고, 구멍이 옆을 보면 막힙니다.
그래서 볼밸브는 레버가 관과 나란하면 열림, 관과 직각이면 잠김입니다. 이 규칙 하나만 알면 계량기함을 열어도 헷갈리지 않습니다.
가스레인지 옆 밸브도 같은 원리입니다. 손잡이가 가스관과 나란히 세로면 열려 있고, 가로로 눕혀져 있으면 잠긴 것입니다.
레버식이라 급할 때 빠릅니다. 물이 새는 상황에서 한 번에 잠글 수 있다는 게 볼밸브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다만 반쯤 열어 두는 용도로는 맞지 않습니다. 공의 모서리로 물이 계속 부딪히면서 그 자리만 닳기 때문입니다. 볼밸브는 완전히 열거나 완전히 잠그는 밸브입니다.
가스용 볼밸브는 국내에서 KS B 2308 규격으로 만들어집니다.
사진: (주)태양테크 볼밸브(가스용) 제품 이미지 (제조사 홈페이지)
핸들을 여러 바퀴 돌리는 밸브는 뭔가요
게이트밸브입니다. 판이 위아래로 움직여 막습니다.
수도꼭지처럼 생긴 둥근 핸들이 달려 있고, 여러 바퀴를 돌려야 완전히 잠깁니다. 안에서는 얇은 판(디스크)이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물길을 막습니다.
문에 달린 셔터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셔터를 끝까지 내리면 막히고, 끝까지 올리면 뚫립니다. 그래서 이름이 게이트(gate)입니다.
게이트밸브의 장점은 활짝 열었을 때 물길이 곧게 뚫린다는 것입니다. 판이 완전히 위로 올라가면 관 안에 걸리는 것이 없어서 물이 부딪히지 않고 그대로 지나갑니다.
오래된 집 수도계량기 앞에서 자주 보입니다. 청동으로 만든 게이트밸브는 KS B 2301 규격을 따릅니다.
단점도 분명합니다. 여러 바퀴를 돌려야 해서 급할 때 느리고, 지금 열린 상태인지 잠긴 상태인지 겉만 봐서는 모릅니다. 볼밸브는 레버 방향으로 바로 보이는데 게이트밸브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래 안 건드리면 안에 침전물이 쌓여 핸들이 안 돌아가는 일이 생깁니다. 이건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세면대 아래 90도로 꺾인 밸브는 뭔가요
앵글밸브입니다. 물길을 막으면서 방향까지 꺾습니다.
집에서 가장 자주 보는 밸브입니다. 세면대 아래, 변기 옆, 비데 뒤에 붙어 있는 그 작은 밸브입니다.
벽에서 나온 물을 받아 90도로 꺾어 위로 올려 주는 역할을 합니다. 밸브와 이음쇠 두 가지 일을 하나가 하는 셈입니다.
앵글밸브는 구조상 글로브밸브 계열입니다. 안에서 스핀들이 내려오면서 고무패킹으로 구멍을 눌러 막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열고 조금만 잠그는 조절이 가능합니다.
볼밸브가 전부 열거나 전부 잠그는 밸브라면, 앵글밸브는 그 중간을 쓸 수 있는 밸브입니다.
거름망이 들어 있는 스트레이너 앵글밸브도 있습니다. 물 속 이물질을 걸러서 세면대 수전이나 비데 안쪽으로 들어
가지 않게 막아 줍니다.
사진: (주)태양테크 스트레이너 앵글밸브 제품 이미지 (제조사 홈페이지)
앵글밸브에는 일체형과 분리형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급수관 길이를 조절할 수 있어서 분리형을 많이 썼는데, 일체형도 길이 조절이 되면서 지금은 일체형이 주로 쓰입니다. 교체할 때 부러질 위험이 적다는 점도 이유입니다.
손잡이가 없는 밸브도 있나요
있습니다. 역류방지밸브(체크밸브)입니다.
손잡이가 없습니다. 사람이 돌리는 게 아니라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만 열리고 반대로는 저절로 닫히는 밸브입니다.
안에 얇은 판이나 공이 들어 있어서, 정방향으로 물이 밀면 밀려서 열리고 역방향으로 밀면 눌려서 막힙니다.
집에서는 보통 눈에 안 보이는 자리에 들어갑니다. 수도계량기 주변, 온수기 앞, 보일러 배관에 붙습니다. 쓰던 물이 다시 수도관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 게 목적입니다.
손잡이가 없으니 사용자가 조작할 일은 없습니다. 다만 여기에 이물질이 끼면 완전히 닫히지 않아서 물이 조금씩 역류합니다.
네 밸브를 한눈에 비교하면
|
볼밸브 |
게이트밸브 |
앵글밸브 |
역류방지밸브 | |
|
손잡이 |
레버 |
둥근 핸들 |
작은 핸들·손잡이 |
없음 |
|
막는 방식 |
구멍 뚫린 공이 회전 |
판이 위아래로 |
스핀들이 눌러 막음 |
물살로 자동 |
|
잠그는 데 |
90도 한 번 |
여러 바퀴 |
여러 바퀴 |
— |
|
열림·잠김 확인 |
레버 방향으로 바로 |
겉으로 안 보임 |
겉으로 안 보임 |
— |
|
중간 조절 |
부적합 |
부적합 |
가능 |
— |
|
주로 있는 곳 |
계량기함·가스관 |
오래된 집 계량기 앞 |
세면대·변기 아래 |
계량기 주변·온수기 |
우열을 가릴 수 있는 표가 아닙니다. 쓰는 자리가 다른 것입니다.
급하게 전체를 잠가야 하는 자리에는 볼밸브가, 물길을 곧게 유지해야 하는 자리에는 게이트밸브가, 기구마다 따로 조절해야 하는 자리에는 앵글밸브가 들어갑니다.
우리 집 어디에 어떤 밸브가 있나요
세대 전체를 잠그는 밸브부터 찾아 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현관 밖이나 다용도실에 수도계량기함이 있습니다. 뚜껑을 열면 계량기와 함께 밸브가 보입니다. 이게 세대 전체 급수를 막는 밸브입니다.
여기가 레버식이면 볼밸브, 둥근 핸들이면 게이트밸브입니다. 집이 지어진 시기에 따라 다릅니다.
세면대 아래와 변기 옆에는 앵글밸브가 있습니다. 이건 그 기구 하나만 잠급니다. 세면대 수전을 갈 때 집 전체 물을 끊을 필요가 없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가스레인지 옆에는 가스용 볼밸브가 있습니다.
물이 새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가까운 앵글밸브를 먼저 잠그고, 그걸로 안 잡히면 계량기함 밸브를 잠급니다.
평소에 계량기함을 한 번 열어 보고, 밸브가 어느 형태인지 확인해 두는 것을 권합니다. 급할 때 처음 열면 뚜껑 여는 데만 시간이 갑니다.
밸브를 잠갔는데 물이 계속 나오면 왜 그런가요
밸브 몸통이 아니라 안쪽 패킹이 닳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앵글밸브에서 가장 흔합니다. 스핀들 끝의 고무패킹이 오래되면 눌러도 완전히 막히지 않습니다. 핸들은 끝까지 잠기는데 물은 졸졸 나옵니다.
패킹만 갈아서 되는 경우도 있고, 몸통에 녹이 올라온 상태면 밸브를 통째로 바꿔야 합니다. 황동이나 청동 몸통이라도 오래되면 안쪽에 물때와 부식이 앉습니다.
게이트밸브는 다른 방식으로 말썽입니다. 오래 안 돌린 게이트밸브는 판 주위에 침전물이 쌓여 고착됩니다. 힘으로 돌리다가 스핀들이 부러지면 그때부터는 열지도 잠그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게이트밸브는 가끔 한 번씩 끝까지 잠갔다 다시 여는 것이 좋습니다. 움직이는 부품은 움직여 줘야 굳지 않습니다.
어긋나기 쉬운 자리
앵글밸브를 새로 달 때 시일테이프를 많이 감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나사산에 테이프가 과하게 들어가면 밸브가 끝까지 조여지지 않거나 몸통이 벌어집니다. 그 상태로 물을 열면 잠금이 안 되거나 나사 자리에서 물이 스밉니다.
테이프는 나사가 조여지는 방향으로, 나사산이 살짝 비칠 정도까지만 감습니다. 두께로 막는 게 아니라 틈을 메우는 용도입니다.
그리고 밸브는 손잡이 모양이 비슷해 보여도 급수용과 가스용이 따로 있습니다. 겉이 닮았다고 바꿔 쓰면 안 되는 자리입니다. 저희는 밸브를 고를 때 붙일 자리와 유체 종류부터 확인하고 규격을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밸브 손잡이가 안 돌아가는데 힘으로 돌려도 되나요
A. 게이트밸브는 무리하면 스핀들이 부러집니다. 부러지면 잠기지도 열리지도 않아서 상황이 더 나빠집니다.
방청제를 뿌리고 잠기는 방향으로 살짝, 다시 여는 방향으로 살짝 번갈아 힘을 주면서 풀어 봅니다. 그래도 안 되면 교체가 답입니다.
Q. 앵글밸브를 잠갔는데 물이 조금 나옵니다. 그대로 수전을 갈아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작업 중에 물이 계속 나오면 나사 자리에 물이 묻어 시일테이프가 제대로 안 붙습니다. 계량기함 밸브를 함께 잠그고 작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볼밸브 레버를 반만 열어 두면 안 되나요
A. 수압을 줄이려고 반만 여는 경우가 있는데, 볼밸브는 그 용도로 만들어진 밸브가 아닙니다. 공 모서리 쪽만 계속 닳아서 나중에는 완전히 잠기지 않게 됩니다. 수압 조절이 필요하면 감압밸브를 따로 씁니다.
Q. 계량기함 밸브가 오래됐는데 제가 바꿔도 되나요
A. 계량기 앞쪽 밸브는 세대 소유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아파트는 관리사무소, 주택은 수도사업소에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량기 뒤쪽(세대 안쪽) 배관은 세대 책임인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밸브는 종류가 많은 게 아니라 막는 방식이 네 가지입니다. 손잡이만 봐도 어느 쪽인지 알 수 있고, 그걸 알면 급할 때 멈칫하지 않습니다.
밸브가 잠기지 않거나 물이 계속 새는 상황이면 댓글이나 문의로 남겨 주세요. 어느 밸브인지부터 같이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